《What You Want》는 조각 케이크의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맛과 형태를 지닌 조각들이 한자리에 모이지만 고유한 맛을 잃지 않는 케이크를 떠올린다. ‘당신이 원하는 것(What You Want)’은 고르는 행위를 전제하는데 여기에는 선택의 능동성, 다양성, 나아가 일종의 자유가 담겨 있다. 한편으로, 케이크가 갖는 달콤함은 당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일 수도, 혹은 모두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원하는 것(What You Want)’의 답은 참여자뿐 아니라 이곳을 찾은 당신에게도 향한다. 

《What You Want》은 한국과 중국 국적의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를 조각으로 삼고 이 조각을 한자리에 놓아 각자의 일상과 처한 상황, 작업 등을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더불어, 이웃한 국가에 살며 서로의 구체적인 현실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왔는지를 돌아보고자 했다. 이때 하나의 ‘우리’로 엮기보다 ‘나’에서 출발해 서로를 겹쳐 보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나’를 가장 작은 발화의 단위이자 하나의 조각으로 설정하고 이를 조각 케이크의 이미지와 ‘당신이 원하는 것(What You Want)’이라는 제목에 더해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도 반영했다.

그 과정에서 ‘나’를 표현하고 상대에게 전할 방법으로 편지를 택했다. 이는 각자가 떨어져 있는 물리적 거리에서 비롯된 선택이기도 했다. 편지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동시에, 상대를 향하며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 기록할 수 있다. 또, 답장을 쓸 때 종종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참여자는 편지에 자신의 일상과 작업, 관심사를 담아 건네고 서로의 글에 답하며 작업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공유한다. 나아가 그 바깥의 시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이처럼 ‘나’에서 출발한 발화는 타인의 읽기 속에 놓이고 다른 경험과 연계되며 이는 새로운 의미와 질문을 파생시킨다. 일반적으로 ‘나’를 이야기하는 것은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성을 단순히 공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해시키는 매개로 본다면 ‘나’는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개인의 경험은 타인에게 건너가 서로의 차이를 지우지 않은 채 함께 마주하게 한다.

아래는 편지의 질문이다. 

“당신을 소개해 주세요.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요즘 자주 생각하는 이슈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 감각, 기억에서 출발하나요? 아니라면 어떻게 시작되나요?”
“당신이 있는 곳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당신을, 혹은 당신의 작업을 케이크 한 조각에 비유한다면 어떤 맛에 가까울까요?”
“편지를 받는 이에게 전하고 싶거나 묻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전시를 기획한 노수현의 질문은 작품과 함께 참여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의 삶은 작가나 큐레이터라는 정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일하고 이동하며 품는 고민과 관심 역시 작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지에서 읽을 수 있는 생계와 창작, 지속 가능성, 도시의 변화와 미술 노동은 ‘당신이 원하는 것(What You Want)’을 각자의 삶 속에서 구체화한다. 서울과 항저우, 파리, 도쿄에서 도착한 편지는 비슷한 듯 다른 내용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날의 컨디션, 최근에 겪은 가장 큰 사건, 도시의 풍경, 영화와 노래, 생계와 작업 같은 일상의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에 지나지만은 않는다. 유리창에 부딪힌 새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를, 사물에 얽힌 기억은 세대별 시각문화를, 가상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타자를 도구화하고 위계 짓는 방식을 비춘다. 집세와 지원사업에 대한 고민은 미술 노동의 구조적 단면을 드러낸다. 이처럼 편지는 서로 다른 사정을 연계하거나 교차시킨다. 그 과정에서 편지의 내용은 고립된 자기 고백에 머물지 않고 상대의 경험을 참조하며 자신이 놓인 자리와 그 바깥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편지는 작품의 소재와 형식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고 작품은 다시 작가의 삶을 비춘다. AI와 색상 정보로 이루어진 인공 하늘과 조각(김다슬), 중국에서 유통된 불법 복제 장난감(장팅, 张听), 카펫과 집처럼 일상의 대상을 ‘허구적 정보’를 드러내는 매개로 삼아, 거짓된 안전감을 개인의 공간에 겹쳐 놓은 작업(장난, LazyBackHome), 이상하게 끌리는 낯익은 이미지에 대한 집착과 AI 모델의 변화를 추적하는 ‘월드 웹 래퍼스(World Web Wrappers)’(주진쿤, 祝金坤)는 데이터와 복제, 과잉된 이미지가 현실을 재구성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신체와 사물의 조합(김재훈), 압박과 불안을 주는 도시의 눈과 위태로운 둥지의 알(이혜원), 부재와 결핍을 드러내는 수갑과 놀이공원(쉬홍이, 史弘毅), 신체를 벗어나 자유롭게 엉겨 붙은 옷의 패턴(이지구)은 몸을 둘러싼 규칙과 기준, 몸이 사물과 도시 사이에서 맺는 관계와 그로부터 생겨나는 감정을 드러낸다. 임시적인 보금자리(노수현), 로드트립에서 기록한 풍경과 상상(况铭威, Kuang Mingwei)은 이동과 머무름에서 장소가 기억되고 상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중국의 작가와 큐레이터 간의 교류 자체보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살며 작업해 온 시간과 경험이 서로를 읽는 참조점이 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러한 읽기는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과 번역의 과정, 때로는 스팸함으로 분류되어 누락된 편지까지 이 과정에는 여러 형태의 시차가 생겼다. 그 간격은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소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전시가 하나의 홀 케이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조각에서 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자가 놓인 장소와 시간의 차이는 사라지지 않고 서로를 읽고 참조할 수 있는 간격으로 남긴다. 《What You Want》가 제시하는 케이크는 하나의 맛으로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저마다의 맛을 유지한 조각이 겹치며 잠시 하나의 상을 이루는 모습일 지도 모른다. 

작가 김다슬 Kim Dasul, 김재훈 Kim Jaehun, 노수현 Roh Suhyun, 이혜원 Hyewon Mia Lee, 况铭威 Kuang Mingwei, 史弘毅 Shi Hongyi, 张楠 LazyBackHome, 张听 Zhang Ting, 祝金坤 Jinkun Zhu

큐레이터 노수현 Roh Suhyun, 박주희 Park Joohee

사진 제공 노수현 Roh Suhyun

포스터 祝金坤 Jinkun Zhu

지원 요요진 Yoyojin